잡식이요. 음악으로 예를 들자면, 저는 그냥 좋은 음악을 좋아해요. 장르 불문하고 다 듣거든요. 물건도 마찬가지죠.
이 공간엔 제가 좋아하는 아르헨티나도 있고, 미국, 일본, 한국, 유럽이 다 있어요.
과거의 물건이든 현대의 물건이든 어떤 시점과 어떤 분위기든 상관없이, 좋은 게 좋은 잡식입니다.
취향 수집가 5인의 인터뷰
 
손에 잡히는 취향, 수집물에 관하여
   
사진작가기도 하시죠. 윤병주 님에게 카메라란 직업의 도구이자, 취향의 물건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카메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보시면 제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가 없어요.
저 위에 놓인 것 하나예요. 세상엔 수만 가지의 카메라가 있지만 전 관심이 없어요.
왜냐면 카메라는 저에게 사진을 찍는 하나의 기계일 뿐이거든요.
전 작가로서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요.
매체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없으면 그거야말로 취미겠죠.
항상 이 녀석과 적대적인 관계여야, 이걸 가지고 작업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증명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게 카메라는 직업의 도구일 뿐 취향의 물건은 아니에요.
 
단골손님 중에서 빈티지 필름을 기부해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해요.
아끼는 취향을 공유한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요?
 
이 일을 하면서 저는 이해할 수 없는 마음들을 만나고 있어요.
카메라를 건네시는 분도 있고, 필름도 기부해주시고, 필름을 맡기면서 택배 상자 안에 젤리를 넣어 주시기도 하는데,
그 마음을 저는 상상도 못 하겠거든요. 각박하게 살아와서 그런지. 처음엔 부담스러웠어요.
이런 걸 받아본 적도 줘본 적도 없거든요. 아마 유목민적 생활이 누군가를 깊게 사귀거나
마음을 공유하지 못하게 했던 것 같아요.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감정 표현을 잘하지 못해 냉정한 사람으로 살아왔는데, 인제야
사람다운 따뜻함을 배워가요. 늦었지만요.
제대로 보셨군요. 제가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요. 무언가 작동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죠.
이 친구들이 제게 온 건 3년 남짓이지만, 나이는 저보다 많잖아요. 그런데도 살아있다는 게 좋아요.  
저기 나오는 영상도 사실 연결하기 굉장히 까다롭거든요. 비디오 커넥트가 있어서 나오는 게 아니라,
주파수를 맞춰야 송출되는 방식의 TV라서. 아무도 몰라주지만 혼자 보면서 희열을 느껴요. (웃음)
실제로 맞는 부품을 구하기 위해 알리 익스프레스나 이베이를 몇 달씩 헤매고, 또 작동시키는 데만
한 달이 걸린 것 같아요. 그야말로 취향이죠. 움직이는 무언갈 좋아한다는 것이.
영화 ‘해피투게더’에서 처음 본 순간부터 갖고 싶었어요.
이 영화가 한국에 처음 나온 게 아마 97년 즈음,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예요.
학창 시절 한 반에 해외를 다녀온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였는데,
전 아르헨티나를 다녀온 시점이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의미 부여를 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저기에 있었어!' 하는 자랑거리라고 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 상징물인 램프가 너무 갖고 싶더라고요.
갖고 싶던 당시는 학생이었으니,
찾기 시작한 건 스무살 넘어서였어요.
온갖 빈티지 숍을 다니며 찾으러 다녔는데 구하기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러다 결국 미국에서 구하게 됐죠
물건이 움직일 수 있으면 편의성 측면에서 좋아요.
예를 들어, 각도가 꺾여 있어서 책을 보기 편해진다든지.
취향수집은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어요.
옛 생각이 나기도 했어요. 아버지가 말년에 목수로 일하셔서 목수의 기계들과 작품을 곁에서 많이 봐왔거든요.
그 영향으로 필요한 걸 직접 만들곤 했죠. 가구를 살 여력이 되지 않던 시절,
합판 자투리를 구해 못질하고 톱질해서 만들었던 것과 취향수집이 닮았어요. 고급형이랄까요.
 
도피처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도망가든, 넝쿨을 잡고 내려가든,
낭떠러지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생존 수단인 거죠.
자신을 사랑하니까 벌어지는 일이에요.
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참 열심히 살았다.’ 싶네요. (웃음) 취향들에게 참 고마워요.
이 질문을 받아 보곤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저는 본의 아니게 유목민적 삶을 살아왔어요. 부모님과 떨어져 산 시간도 길었고, 이민도 다녀오고요.
그러다 보니, 최근 3년을 제외한 그 이전의 사진은 한 장도 남아있지 않더라고요. 추억은 제 머릿속에만 존재하죠.
저에겐 어릴 적부터 갖고 있던 소중한 인형이나 부모님이 물려주신 물건 같은 어마어마한 스토리는 없어요.
그래서
3년 정도 제 손을 탄 이 물건들이 다 저 같아요.
떠돌았던 저의 모습과 무언갈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던 이전의 삶이 가볍게 녹아 있죠.
슬프지만 이제야 삶이 시작된 기분이에요.
여기 있는 수많은 물건이 제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 말하고 싶어요.
어린 시절, 0에 수렴할 정도로 무언가를 가지지 못한 채 보냈어요. 그러니 소유욕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욕심이라고 하죠.
이 욕심이 제겐 삶의 원동력이에요.
저는 목표가 있어야 행동하는 사람이거든요.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 ‘세계 일주를 할 것이다.’ 같이
명확한 목표 지점이 있으면 돈을 벌기 위해 아침에 눈을 뜨게 돼요.
작품을 탄생시키는 데 있어서 중요한 개념은, 작가 자신에게서 나오는 거거든요.
그 어떤 작업도 나로부터 출발하지 않은 작업은 없어요. 이곳은 상업 공간이긴 하지만,
저의 살아온 시간이 켜켜이 쌓인 작은 세계관이라고 볼 수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홍콩 영화 속 물건들이나, 이민 생활을 했던 아르헨티나에서 느낀 단상 등…
이런 저만의 세계관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어 행복하죠.
 

[현상소 망우삼림]

“취향은 인생의 굴곡으로부터
빠져나오게 해준 일종의 탈출구예요.
이것이 있음으로 저를 아낄 수 있죠.”
망우삼림에 들어서면, 쨍한 남미나 미국 어딘가에 서 있는 양조위가 된 기분이 들어요.
공간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어서 더 매력적이에요.
실제로 9년 전 자취방의 모습과 비슷하다고요.
물건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자취가 보이죠.
이곳에 있는 수집물 중 나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물건을 꼽는다면요.
망우삼림이 손님의 나쁜 기억을 망각시켜주듯, 이곳에 우거진 취향의 물건이
윤병주 님의 나쁜 기억을 망각시켜줄 것 같아요. 물건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이구아수 폭포 램프는 17년을 찾아다니셨다고요.
시선이 남이 아닌 나를 향해 있다는 점에서,
취향을 수집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 같기도 해요.
세월 묻은 물건이 대부분인데, 물건들이 나이가 들었음에도 생동감이 느껴져요.
선명한 색도 그렇고, 움직임이 있기도 하고요.
윤병주 님처럼 자신만의 취향의 숲을 이뤄갈 모든 취향 수집가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이곳엔 윤병주 님의 수집물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요.
취향수집, 어떻게 사용해보셨어요?
 
아직 취향이 확고하지 않은 분들께 건네고 싶은 말이 있어요. 나만의 것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해요.
취향은 추상적이라서 정립해가는 과정이 험난할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중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남을 따라 하거나, 어떤 것이 마냥 좋아서 내 취향이라고 단번에 정의를 내려버리는 등의 섣부른 행동은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엔 너무 많은 카피가 있어요. 물건뿐 아니라 작품, 공간, 느낌 등…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다면 상관없지만, 혹시라도 이것에 대해 고민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한 번 나의 공간을 둘러보세요.
오브젝트 x 콜렉토그라프 취향수집
+
망우삼림 the photographs
+
go to shop
go to shop
대표 윤병주
벌써 9년이 되었네요. (웃음) 네. 그때와 매우 흡사하죠.
사실 그걸 모티브로 만든 거라서 이곳은 20대 초반 독립 때부터 발전해온 자취방의 최종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윤병주다운 취향을 한마디로 정의해본다면요?
 
   
     

WORLD SHIPPING

PLEASE SELECT THE DESTINATION COUNTRY AND LANGUAGE :

GO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