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규림님의 취향에 노출되어 있어요.
이것이 몰랐던 취향을 알게 해주거나, 취향의 가짓수를 넓혀주는 등 좋은 영향을 주는데요.
규림님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으실 것 같아요.
한 가지 알고리즘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다채롭게 받아보려고 해요.
근데 요즘 인스타 광고가 강력하게 제 알고리즘에 들어와선 어찌나 저격을 잘하는지. (웃음)
인스타 알고리즘을 잘 활용하고 있어요. 몰랐는데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가져다주니까요.
그 외에는, 말레이시아에 다이어리를 특별하게 꾸미시는 분이 있거든요. 그분을 보면서 '이 브랜드 뭐지?'
찾아서 직구하기도 하고, 편집숍들을 보면서 '뭐가 새로 나왔나?' 확인도 하고요.
또, 태그 서핑을 많이 해요. 사진 속 여러 물건이 있을 때 모르는 물건은 태그를 타고 들어가서 알게 되는 거죠.
너무 많아요. (웃음)
취향을 직접 수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에서 ‘이건 규림이꺼다!’ 하고 선물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텐데요. 취향이 단단해서 상대가 선물하기 즐거울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선물하기 쉬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난도가 낮은 사람.
친한 친구들은 알아요. '여기 선물!' 보다는
'이걸 어디서 샀는데...'하고 주면 이미 그거에 현혹된다는 걸요.
저를 생각하면서 고르는, 그 사고의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이 좋아요.
 
이렇게 단단해지기까지, 취향의 성장기가 궁금해요.  
'이건 나만 가지고 있어!' 떡잎부터 남다른 취향 수집가이셨다고요.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누구는 태권도를 해서 태권도를 잘하는 애가 되고,
누구는 콩쿨 대회에서 상 받은 애로 불리는데 저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어린이가 아니었거든요.
대신, 저는
물건으로 나를 표현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룹 과외를 받을 때 일주일에 한 번씩 필통을 바꿨어요. 청바지를 찢어서 만들기도 하고,
어느 날은 치약 통으로 만들고요. (웃음) 그게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물건에 대한 애착을 꾸준히 갖고 계셨던 게 지금의 취향을 만들어 준 거네요.
쌓이면서 취향이 되는 거지, 단번에 되는 건 아니니까요.
맞아요. 동경하는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을 '손민수한다'고 표현하잖아요.
이게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건지, 동경하는 사람의 아이디어와 스토리를 가져와서 쓰는 건지,
그걸 날카롭게 하지 않으면 착각하기 쉬운 세상인 것 같아요.
무언가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지잖아요. 그럴수록 항상 물어봐요.
'이게 진짜 나한테 어떤 의미인데?'
그렇게 계속 경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저도 모르게 남의 것을 내 것이라 말할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쌓아가는 즐거움인데, 한 번에 가져오는 건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진 않아요.
어렵지만 노력을 해야 그 안에서 내 것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쉽죠.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끌어안고 살 순 없잖아요. 순환을 잘 시켜야 공간이 생기면서
또 다른 것을 탐험할 수 있으니까요.
보면 '너무 미안하다. 안타깝다.
더 잘 쓰일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드는 물건이 집에 꽤 많아요.
플리마켓에 낼 때 물건마다의 이야기를 쪽지에 썼어요. '이거는 싱가포르에서 산 물건이에요.' 라든지,
'혹시 프렌즈를 좋아하시나요?' 그런 식으로요. 받는 분들이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처음 들고 갈 때는 싱숭생숭했는데, 좋아하시는 표정을 보니까 저보다 잘 쓰시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어요.
책임감을 느껴요. 기왕 사거나 받은 것을 십분 활용해 제대로 쓰면, 충분한 가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쓰려고 노력해요.
 
아까 저에게 영업을 많이 당했다고 하셨는데, 제가 옛날부터 친구들한테 영업을 잘해왔거든요.
'야 이거 샀는데 들어볼래?' 제가 가진 초라한 초능력이에요. (웃음)
뭐 새로 나왔다 하면,
기능보단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기능은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거니까.
초등학생 때 예산이 타이트하다 보니 사야 하는 이유를 공고하게 만들어야 했는데, 그 버릇이 남은 것 같아요. (웃음)
제가 자주 하는 말이 '나 이거 진짜 좋아해.'거든요. 별명이 김과장이에요.
주변에선 과장하지 말라는데, 근데 다 좋은 거예요.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런 매력이라서 좋고요.
아무래도
외형적인 면보단 그 안의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다 다른 생김새를 가진 것 같아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물건도 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물건을 살 때
 얼마나 오래 쓸 것인가를 생각하는데, 다용도일 때 훨씬 잘 쓰게 되더라고요.
취향수집도 이렇게 쓰다가 책장으로도 써보고 그럼 좋을 것 같아요.
집에서 디스플레이를 하는 게 제겐 기쁨이거든요.
집은 다채로운 변주가 일어나는 바깥 상황보다 정적이잖아요.
요즘은 집에만 있으니까, 즐거움과 재미를 찾기 위해 디스플레이를 종종 바꿔요.
그래서 취향수집이 재미있는 기획이라고 느꼈어요. 다른 집기들은 보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건 막힘없이 뚫려 있어서
쇼케이스처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뺄 수도 있는 게 좋아요.
 

[문구인 김규림]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모든 사물을 좋아하는,
문구인 김규림입니다."
평소 스스로를 위한 디스플레이를 해오셨죠.
취향수집은 어떻게 사용해 보셨어요?
   
내키는 대로 변주를 줄 수 있죠.
취향은 말 없는 자기소개서라고 생각해요.
김규림님을 대신할 수 있는 하나의 물건을 꼽는다면요.
큰 물건과 작은 물건 하나씩 고르자면,
우선 책상. 이곳에서 팔 할 이상을 보내요. 저랑 딱 붙어있는 공간이고,
저를 마음껏 펼쳐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책상을 고르고 싶어요.
그리고 작은 물건은, 꿈돌이요. 제가 외국에서 머물게 되었을 때, 저의 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상징적인 것을 찾게 되었고, 그중 제 고향 대전의 상징인 꿈돌이를 찾게 되었어요.
이 친구는 제가 내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규림님을 닮은 취향이 아닌,
나답지 않은 취향을 건드려 보는 일탈을 꿈꾸기도 하나요?
이 집에 산 지 5년이 넘었어요. 5년 전 사진을 봤는데,
지금과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그때는 제가 캐릭터에 심취해선 책상 위 모든 사물에 눈, 코, 입이 달려 있었어요. (웃음)
지금 그때 모습을 보면 '뭐야 저 사람?'할 정도예요.
저는 시시각각 변하는 것 같아요. 물건뿐만 아니라 옷 스타일도 그렇고.
일관되어 보이지만 시간차를 두고  변화하고 있어요.
오래 쓰는 물건을 제외하곤 계속 바뀌고 있는데, 재밌는 것 같아요.
인간관계는 바깥으로 에너지가 뻗는데,
물건관계는 내적으로 소통할 수 있으니까 마음이 더 갔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이유도, 집에 있으면 물건을 보면서 한 10분 정도 '그때 그랬었지..'
생각하거든요. 이게 저는 멈춰 있는 게 아니고 머릿속에서 계속 같이 움직이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효율적인 것 같네요. (웃음)
파편이 하나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규림님도 규림님의 지도를 완성해 가는 게 아닐까요.
완성될 수 있는 걸까요? (웃음)
물건에 대해 나누려니 ‘소비 예찬’ 계정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보다 보면 취향 예찬이 아닌가 해요. 취향의 물건이 지닌 가치를 예찬하니까요.
물건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라고 하셨죠.
전 오히려 물건이 규림님에게 고마워할 것 같아요. 늘 말 걸어주고 지켜봐 주니까요.
아무래도 좋은 주인이에요. 지난번에 플리마켓에서 취향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으시죠.
친구들을 보내는 기분이 어떠셨을까요. 애정을 주다 보니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취향을 대하는 모습에서 삶을 정성스럽게 사는 분임이 느껴져요.
취향과 함께인 앞으로의 삶을 그려본다면요.
김규림다운 취향을 한마디로 정의해본다면요.
죽을 때까지 완성 못하지 않을까요? 매일 파편이 생길 테니.
멋진 규림 할머니가 되실 때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웃음)
변주가 모여 변신이 된거군요.
맞아요. (웃음)
함께 나이 들어갈 취향 수집물에게 말을 건넨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오래가자" (웃음)
예전에는 한 가지 의미만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러면 옆으로만 퍼질 텐데, 쌓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경험과 기억이 있더라도 그 위에  또 겹겹이 쌓일 수 있는 거잖아요.
앞으로의 삶을 함께 쌓아갔으면 좋겠어요.
나무를 좋아하기도, 발랄한 색의 물건을 좋아하기도,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을 좋아하기도, 세상의 때가 탄 물건을 좋아하기도,
규림님의 취향 수집물을 보면 다채로워요.
 
사실 제가 내향적인 사람이라 물건에 애착을 넘어 집착해요.
누군가는 사람을 만나고 알게 되면서 행복을 느끼듯이,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탐구하며 느끼는 행복이 되게 크거든요.
그걸 깨닫고 나서는 아낌없이 애정을 주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취향을 대하는 태도가 인상 깊어요. ‘물건을 어지르는 게 아니다.
기억하려는 거다.’라고 하셨죠.
기억하려는 것도 그렇고, 물건이 추워 보여 옷을 입혀주는 것도 그렇고.
친구처럼 아껴주는 모습이 멋져요.
취향 수집가 5인의 인터뷰
 
손에 잡히는 취향, 수집물에 관하여
                   
멋있는 것은 세상에 너무 많잖아요.
예를 들어, '오늘의 집'에 들어가선 '이거 너무 쿨하다.' '아,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러거든요. (웃음)
이게 세상의 흐름이라고 생각하면 그대로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드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수급불유월水急不流月'이에요. 물살이 아무리 빨라도 달의 그림자는 그대로 있다.
점점 빨라지는 물살 속에서 나의 위치를 잡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항상 질문하며
달의 그림자를 지키고 싶어요.
저도 아직 나다운 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되는대로?’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이동진 평론가님의 블로그 속 글처럼
하나하나 좋아하다 보면 그게 모였을 때 일관성이 없어 보여도 연결된 것처럼 보이잖아요.
이것저것 되는대로지만, 조화로웠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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